본협상은 시작도 못하고…서울 버스 노사 대립 장기화
"임금체계 개편 먼저" vs "대법 판결 우선"
노사, 이르면 다음주 실무 협상 재개 논의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협상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정기상여금' 처리 방식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 중이다.
노사 모두 한쪽이 양보해야만 협상 테이블을 열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파업 유보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서울시와 버스노동조합(노조), 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달 28일 임금·단체협상 결렬 후 추가 협상 없이 파업 유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노사 갈등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부터 시작했다.
노조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라고 주장한다. 반영 결과로 산출한 임금을 전제로 추가 임금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인 것을 인정한다'는 문장 명문화를 조건으로 걸었다.
반면 조합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임금 협상이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현행 기본급·상여금·수당 구조인 임금 체계를 기본급·수당으로 간소화해야 임금 협상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조합과 같은 입장이다. 시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시가 세금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노조 안 수용 시 서울 시내버스 인건비 총액은 약 25%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조합은 구체적으로 기본급과 수당 액수를 일부 조정해 지난해 평균 임금 총액 6200만 원은 100% 유지하되 성과급이라는 개념을 없애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한 뒤 임금 총인상률을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 구조가 달라졌으므로 새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인상률을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서울시와 조합 측 제안을 수용할 경우, 추가 대법원 판결 즉시 발생하는 임금 인상분을 포기하라는 의미와 같다고 반발한다. 노조 측 주장대로 지난해 시내버스 운전직 4호봉 기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경우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포함해 임금은 자동으로 15%(80만 원)가 오르기 때문이다.
노조가 우려하는 문제는 또 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의 버스노동자들은 2015년 동아운수를 상대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만약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남을 경우 노사간 진행 중인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최근 부산시 버스 노사가 극적 타결한 임금 협상 합의 방식을 서울시가 따른다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지난달 28일 부산시 버스 노사는 전국 버스 업계 중 처음으로 지난해 대법원판결을 수용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뒤 이에 연동되는 수당까지 올리는 방식의 임금 협상을 이뤘다.
이에 따라 승무 운전직 4호봉 기준 월 임금은 324만 8953원에서 475만 1672원으로 약 150만 원(46.3%) 올랐다. 동시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각종 수당이 오르면서 전체 월급은 512만3645원에서 566만 716원으로 10.48% 상승했다.
부산시는 이 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성과상여금, 하계휴가비를 없애고 이를 모두 기본급에 포함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서울시 노사가 각자 주장하는 방식을 모두 충족한 셈이다.
다만 부산시 모델을 서울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사 측 제안대로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이때 기준이 되는 근로 시간을 얼마로 산정해야 할지 정하는 계산식에서 부산과 서울의 차이가 크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상여금 제도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하고있는 데다 부산과의 적자 규모가 달라 동일한 협상안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버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며 파업 유보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사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실무 협상 재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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