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표심으로 본 사회통합 경고등…"젠더 갈등, 한국 미래 갉아먹어"
[이대남녀]③ 이준석 20대 남성 37.2% 1위, 이재명 20대 여성 58% 과반
성별 갈등 심한 사회, 생산성 높을 수 없어" "성평등 조기교육 중요"
- 유수연 기자, 김종훈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김종훈 김민수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사회 성별 갈등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굳어질 경우 사회 통합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18~29세)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41.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각각 30.9%, 24.3%로 집계됐다.
전반적인 여론은 이재명 대통령의 우위였지만 남녀의 표심은 정반대였다. 20대 여성에서는 이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이 58.1%로 과반이었다. 20대 남성에서 예상 득표율은 24.0%에 그쳤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특히 20대 남성의 이준석 후보 지지세가 눈에 띄었다. 20대 여성에서 이준석 후보 득표율은 10.3%로 전체 득표율(8.3%)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대 남성에서 득표율은 37.2%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남성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37.2%)도 높게 나왔다. 20대 남성의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 예상 득표율 합산 수치는 74.1%에 달하며 보수 진영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제20대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정부 효율화 정책 중 하나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남녀 유권자들에게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부터 이어진 '남녀 갈라치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대한민국의 남녀 갈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며 "더불어민주당이든, 개혁신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기성 정치인들이 성별 갈라치기를 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출구조사 결과로 드러난 청년 세대의 성별 갈등이 한국 사회의 존속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존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회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취지다.
여성학 박사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별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혐오를 키우는 사회로 나아가는 건 사회의 기본적 안전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한 사회에서 생산성이 높을 리가 없고, 아이를 많이 낳을 리 없다. 국가 소멸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무서운 징후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별에 따라 투표 성향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세대가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없듯이 성별에 따라 선호 정당의 차이가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세대 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이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최종 득표율 8.34%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득표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세대, 특정 성별에만 소구하는 정당 구조를 돌아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여성들은 잘 뭉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남성 지지를 기반으로 삼는 정치 세력은 힘이 빠지고, 남성들은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각 당이 성별에 따른 투표 성향 차이를 주요 쟁점으로 고려하고, 해소해야 한다. 가령 개혁신당은 어떻게 20대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정당으로 탈바꿈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노력 이외에도 성평등 교육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허 조사관은 "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누군가를 차별한다는 것은 왜 위험한지 등에 대한 교육이 일찌감치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통해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면 법적 책임을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확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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