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에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과하게 관대해 보였다"라면서 온전히 지급하지 않을 방침임을 재차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 '반도체 보조금을 배분할 계획이 없는지 명확히 말해달라'는 제프 머클리 의원(오리건·민주)의 질의에 "저는 많은 계약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만약 재협상하고 있는지를 묻는 거라면, 미국 납세자의 이익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를 예로 들며 "계약에는 650억 달러의 건설 비용에 대한 60억 달러의 지원금이 포함돼 있었지만, 우리는 60억 달러에 대한 지원금으로 투자금을 1650억 달러로 수정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4% 이하의 약속이 10%의 자금 지원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뤄지지 않는 거래는 처음부터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거래들뿐이다"라면서 "하지만 모든 거래 조건이 나아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25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이 더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우리는 같은 (보조금 지원) 금액으로 더 많은 가치를 얻고 있다"면서 "따라서 미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에만 보조금을 분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1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내용을 재검토하기 전에는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밝혔고, 백악관이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러트닉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바이든 행정부 때 계약한 규모의 보조금을 모두 받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2곳과 R&D 시설 1곳 등 370억 달러(약 50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47억5000만 달러(약 6조 5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과 R&D 시설 설립에 38억7000만(약 5조 3000억 원) 달러를 투자하고, 보조금 4억5800만 달러(약 6200억 원)를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 테일러시 공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 준비를 마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는 아직 착공 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로 압박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도체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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